가을에는 자연 나들이도 좋지만, 서울 도심 안의 낭만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오랜만에 경희궁 숲길을 산책하고,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 돈의문박물관마을까지 둘러봤어요.
미취학 자녀나 유초등 아이가 있다면 서울역사박물관, 국립기상박물관, 농업박물관, 경찰박물관 등까지 하루로는 부족한 구석구석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이번 주말에는 5호선 서대문역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세요.
경희궁
서울에는 다섯 궁궐이 있습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그리고 오늘 소개할 경희궁인데요.
경희궁은 본래 광희군이 창궐해 경덕궁이라 불렀지만 영조 36년(1760년)에 경희궁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평소에는 새문안 대궐 또는 서쪽의 궁궐이라 해서 서궐이라고 더 많이 불렸다고 해요.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탄 후 대원군이 중건하기 전까지 동궐인 창덕궁, 창경궁이 법궁이 되었고, 서궐인 경희궁은 이궁으로 사용됐습니다.
- 관람 시간: 9: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 입장료: 무료
- 주차: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이용(최초 1시간 1,000원, 초과 5분당 400원)
경희궁은 일제 시대에 경복궁과 더불어 총독부 소유로 넘어가서 내부 건물이 이전되거나 사라졌습니다.
경희궁 터만 남았다가 1987년부터 발굴을 시작하고 여러 문헌 고증을 거쳐 경희궁 내 전각을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지금의 경희궁은 2002년 제 모습을 찾은 결과입니다.
경희궁은 궁궐의 지형이 잘 남아 있고 뒷편에 울창한 수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궁궐만의 위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숭정문 앞에서는 금요일 14:00, 15:00, 토요일과 일요일 13:00, 14:00, 15:00에 경희궁의 역사와 재건에 대한 무료해설도 들을 수 있어요.
해설 소요 시간은 약 40분입니다.
경희궁의 규모는 작지만, 궁 주변으로 산책로와 숲길이 조성돼 있어서 봄, 가을에 가면 전통의 미와 자연의 미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돈의문박물관마을
돈의문은 한양도성의 서쪽 큰 문, 서대문의 다른 이름입니다.
1396년 처음 세워졌다가 폐쇄되고 1422년 새롭게 조성돼서 새문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습니다.
돈의문은 1915년 도시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철거되었고, 서울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이야기로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의문 안쪽 동네 새문안골은 살아있는 근현대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돈의문박물관마을로 2018년 재탄생하게 됩니다.
- 관람 시간: 10:00~19: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 입장료: 무료
- 주차: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이용(최초 1시간 1,000원, 초과 5분당 400원)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근현대 서울 100년의 이야기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입니다.
돈의문역사관, 근대 개항기 공간, 근대화 초기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다양한 마을 전시관,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한 한옥시설 등을 통해 온 가족이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골목 사이 사이마다 오래된 한정식집과 한식주점으로 가득했던 곳인데, 지금은 다양한 역사문화 전시관으로 변모해 소소하게 둘러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을마당에는 이재이, 라누 무케르지, 웬후아 시 세 명의 미디어 아티스트가 참여한 <경계의 변환> 미디어파사드 프로젝트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의 대부분의 건물은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근현대 건축물을 구경하는 맛도 있습니다.
돈의문역사관은 돈의문의 역사와 새문안 동네의 변모 과정, 돈의문박물관마을로 탈바꿈하기 전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새문안동네는 1990년대 식당골목으로 전성기를 누리기 전, 1960~70년대 과외방이 성행하는 사교육의 일번지였다고 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지금은 강남으로 이전했지만 당시 이 근처에 있던 서울고, 경기고, 경기여고 등 명문학교 덕분에 과외방 밀집지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3대가 살았다고 해서 삼대가옥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는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돈의문박물관 곳곳에는 여러 전시가 열리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6080 추억의 레트로 공간도 잘 꾸며져 있어요.
여관, 극장, 사진관, 학교, 문방구, 이용원 등 옛 서울시민의 생활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과거 사교클럽을 재현한 돈의문구락부도 사진찍기 좋아요.
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발음이에요.
'사의 찬미'라도 울려퍼질 것 같은 내부 모습이에요.
돈의문박물관마을이 기존 한옥, 양옥, 일본식 주택을 개조한 거라 전시관마다 구조가 저마다 다릅니다.
1층은 클럽이지만, 2층 깊은 방은 독립운동가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여러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외에도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오면 구경거리가 참 많아요.
게다가 다양한 전통체험도 즐길 수 있습니다.
체험은 가야금 클래스를 비롯해 예술, 공예, 음식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전통체험은 미리 온라인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일 현장 예약은 온라인 예약에서 잔여석이 남았을 경우만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온라인 예약은 매월 넷째주 수요일 14:00에 시작됩니다.
아쉽게도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서울시가 2025년 마을을 철거하고, 경희궁과 묶어 역사문화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주변 상인과의 갈등으로 계획대로 쉽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내년에 철거될 수도 있으니 아직 못 가본 분들은 서둘러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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